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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동준	2012-05-05 13:52:58

	공부 잘 하는 법에 대한 단상

감사교회 성도 여러분 안녕하세요. 고등부 교사를 맡고 있는 설동준입니다. 한 동안 성쌓기에 글을 올리지 않다가 요즘 제 마음 속에 항상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어서 함께 나누고자 이렇게 (디지털) 펜을 들었습니다.

오늘 제가 교인들과 나누고 싶은 주제는 “자녀의 공부”입니다. 주일학교부터 학생부까지 대략 3년 간 아이들을 지도해왔고, 긴 시간 과외 교사로, 학원 강사로, 대안학교 교사로 여러 아이들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의 원만한 성장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간 제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바를 차근차근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에 A타입은 아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학업 성취도와 관련해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입니다. 나중에 수 차례 그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오고서야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는 있어도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내 아이의 지적 능력에 대해 직시하는 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부모로서 자식의 삶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야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자식의 능력에 대한 진지한 희망과 조급한 집착은 분명히 다릅니다.

우리가 신앙에 있어서 A타입부터 F타입까지 구분하는 것처럼 공부에서도 기초 소양으로서 A, B, C, D타입이 있습니다. 부모로서 나의 자녀가 공부에 있어서 A타입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할까마는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공부에 A타입이었는지 돌아보라.

아마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내 자식이 공부에 A타입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 “미리부터 C, D타입이라고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좋은 일이냐?” 만약 아이가 공부에 있어서 A타입인데, 부모가 C 혹은 D타입으로 오해를 하고 있다면 당연히 문제입니다. 헌데 이런 경우는 사실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자녀가 가지고 있는 지적 능력의 기초소양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상당히 정확한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모의 어린 시절과 지적 기초소양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아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시면서 이러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나는 어릴 때 학원 같은 거 가보지도 못했다. 참고서도 돈이 없어서 못 샀다. 내가 지금처럼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었으면 전교 1등도 했을 거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누구나 다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그 당시에도 또래 아이들보다 비상하게 공부를 하는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공부할 여건이 부족해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극히 드뭅니다. EBS를 비롯한 각종 무료 동영상 강의,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를 위한 우수대학 학생들의 공부방 자원봉사, 인터넷에 넘쳐 흐르는 각종 시험자료들, 예전에 비해 대폭 줄어든 교사대비 학생 비율 등등. 헌데 아이들이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이 기가 막히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여건이 아니라 공부에 임하는 태도를 부모에게서 받은 것일 뿐입니다.

공부해야 할 이유와 꿈이 없이 공부가 잘 될 리 없다.

공부에 A타입인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일까요? 일단 진지한 아이들입니다. 삶을 가치 있게 살고 싶은 갈망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삶의 높은 이상을 보여주기만 하면 훨훨 날아갈 듯 공부합니다. 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공부가 필요함을 강조하면 할수록 더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입니다.(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하지요.) 신앙에서 A타입이 1만 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듯이 공부에서도 이런 아이들은 드뭅니다.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의 공부 A타입이라는 증거는 아닙니다. 이것에 대한 부가 설명은 이 글의 주제와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B, C, D 타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자서 할 수 없으니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키고, 온갖 지원사격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것도 필요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은 우선 순위에서 잘 못된 접근법입니다. 공부에서 B, C, D 타입의 가장 큰 문제는 공부를 해야 하는 간절한 이유, 즉 삶에 대한 꿈이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 원론적인가요? 하지만 단언컨데 이 원론을 피해갈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꿈이 없는 아이를 사교육으로 무장시켜서 어떻게 좋은 대학 입학까지는 성공시키더라도 그 다음에 다시 문제는 터지게 마련입니다. (이 경우에 대한 예시는 제 동문들을 통해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습니다.) ‘대치동 엄마’에 대한 많은 다큐멘터리들을 보십시오. 자식을 하나의 조각품처럼 명문대학에 입학시킵니다. 하지만 그 어머니들은 자식의 유학, 취업, 결혼까지도 직접 챙겨줍니다. 사실상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의 근거인 독립된 인격을 부수는 정신적 살인행위입니다.

꿈은 말과 책으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식에게 꿈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부모님들이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상담하면서 느낀 것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꿈을 가지라고 ‘말’만 많이 하고, ‘책’만 많이 읽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삶에서 받는 감동 없이는 아무리 많은 책도, 아무리 많은 말도 그저 숙제와 잔소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에는 집에 책이 거의 없었습니다. 10여권 남짓한 책이 전부였고, 문제집을 제외한 (소설 등의) 책을 사기에는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생을 바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큰 이유는 (돌이켜보면) 어머니의 고생과 정성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샘플 화장품이 든 무거운 가방을 손에 들고 모르는 집들을 찾아 다니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비록 불교식이었지만) 매일 새벽 6시면 피곤한 몸을 추스르시고 일어나 저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면 종종 눈물이 났고, 충분할 만큼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제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로 저는 결코 공부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일단 부모님들께서 자신의 삶으로 자식에게 감동을 주고 존경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이 건방지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함구할 수 없는 사실이 ‘부모로서 자식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그렇게 되면 좋은 일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글을 쓰겠습니다.)

정리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에 A타입은 아닙니다. 그리고 부모님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면 자식이 공부에서 어떤 타입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타입이든 포기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부에서 A타입이 될 수 있는 삶의 비전을 갖게 해주면 됩니다. 단 이러한 비전은 부모의 삶이 모본이 되지 않고서는 어떤 수단으로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습니까? 지성과 신앙은 놀랄 정도로 닮은 꼴입니다. 신앙에도 기초소양이 있는 것처럼 공부에도 기초 소양이 있습니다. 거듭남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고서는 회개도 침노도 없듯이 공부할 이유가 없이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입니다. 그리고 신앙의 기초소양에 대해 안주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듯이 공부에서의 기초소양도 포기를 위해서 직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에는 신앙도 그러하듯 공부도 고통의 과정이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인내는 필요할지언정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생각하며 긍정적(Positive)으로 나가는 것이 유일한 왕도입니다. (오래 전 교회 주보에 있던 POSITIVE 구호가 생각나네요.) 우리 교회의 모든 성도분들이 자녀 교육에 있어서 승리하시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주저리주저리 몇 자 적었습니다.

<보론>

여기까지만 글을 쓰면 혹시 오해를 만들까 싶기도 하고, 글의 큰 주제에서 벗어나는 곁가지 이야기들 중에서도 말씀을 드려야 할 만한 것들이 있어서 몇 가지 보론을 추가합니다.

좋은 대학을 가지 말라는 말인가?

아닙니다. 기왕이면 좋은 대학 가야지요. 저는 대학시절 골수 학생운동권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대학들을 다녔습니다. 그 때도 느꼈고, 지금은 더 크게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속한 지적 토양의 중요성’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다만 명문대를 가라고 자식을 닥달하지 말고, 명문대를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라는 것일 뿐입니다.

학교 공부부터 충실하라.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않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일단 학교 공부에 충실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이것은 공부를 넘어서 아주 중요한 삶의 습관을 만드는 일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요점을 정리한 노트가 자습서 몇 권 분량이 되지 않는다면 사교육은 돼지 목에 진주입니다. 일단 최우선은 학교 공부입니다. 다음은 충분한 자습입니다. 그러고도 아이가 잠을 줄여가면서 더 배우고 싶은 열의가 있다면, 부모에게 더 배우게 해달라고 간절히 애원한다면 그 때 사교육을 시키십시오.

꿈은 직업이 아니라 가치관의 실상이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의사, 판사, 학자, 높은 사람 등등의 직업을 제시하는 것은 꿈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높은 사람이 되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일생을 바치고 싶다거나, 정신적으로 병든 지금의 세계에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거나,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싶다거나 등등. 꿈은 결코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이유입니다. 좀 고상하게 표현하면 한 인간의 가치관의 실상입니다.

아이들이 벗어나고 싶은 유일한 현실은 공부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든 못하든 사방이 ‘공부’라고 쓰여진 감옥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공부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러합니다.) 저는 어릴 때 가난이라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고, 공부 밖에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공부를 했습니다. 헌데 요즘 아이들을 보니 오로지 벗어나고 싶은 현실이 ‘공부’더군요. 부모님들은 이것을 분명하게 직시하셔야 합니다.

자식에게는 자식의 의무가 있다.

여기에 쓴 긴 글은 일단은 부모님들에게 전하는 저의 간곡한 부탁입니다. 그리고 자녀의 학업에 대한 상당부분의 책임을 부모님들께 지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이 있다면 분명히 알아야 될 것이 있습니다. 부모의 책임은 부모의 책임이고, 자식은 또 그 나름대로의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비록 삶에 대한 비전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고 해서, 우수한 뇌를 물려주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이 공부에 태만한 것을 변명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감사교회의 아이들이 모두 ‘도리(道理)’를 아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도리’를 실천하는 시작은 본분(本分)을 지키는 것임을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지만, 짧게 쓰려고 한 글이 성도분들에게 고통을 주는 길이까지 온 듯 하여, 이만 줄이려합니다.

달력을 보니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이 날에 하나님의 큰 은총이 있어서 우리 교회 아이들의 마음 속에 가치 있는 꿈들이 하나씩 심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공부 잘 하는 법에 대한 단상
작성자 : 설동준 2012/05/05